지난 3월 15일에 열린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는 소위 '페이퍼리스(paperless)'로 열렸습니다. 주주총회 우편물을 일체 발송하지 않고 전자공시시스템(DART)과 회사 홈페이지 전자공고로 대체한 것인데요. 삼성전자 측은 이를 통해 30년산 원목 약 3000그루에 해당하는 종이를 절감하고 우편물 배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도 줄였다고 밝혔습니다. 최근 기업가에 불고 있는 친환경 등을 중시하는 ESG(환경·사회적 책임·지배구조) 경영의 일환입니다.
이제 삼성전자 같은 대기업에서 ESG 경영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ESG를 비즈니스 모델로 삼는 발빠른 곳들도 대거 등장하고 있는데요, 오늘 소개해드릴 '트래쉬버스터즈(Trash Busters)'도 ESG 스타트업 회사입니다.
트래쉬버스터즈는 '쓰레기를 처리하는 사람들'이라는 뜻으로 유령을 잡는 영화 <고스트 버스터즈>에서 착안한 이름입니다. 문화기획자로 일하면서 축제가 끝날 때마다 산더미처럼 쌓이곤 하는 일회용품을 보며 문제의식을 가지게 된 곽재원 대표가 뜻이 맞는 이들과 함께 지난 2019년에 창업했습니다.
사업 모델은 기업 사내 카페, 영화관, 스포츠 경기장 등에 일회용품 대신 사용할 수 있는 다회용기 대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이미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고객사를 다수 확보했다고 하는데요, 트래쉬버스터즈의 서비스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뤄지는지, 캐파와는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됐는지 등을 이 회사 곽동열 이사와 이상준 브랜드 마케팅 책임 PD를 만나 직접 들어봤습니다.
일회용품이 좋아서 쓰는 사람이 있을까요? 단지 편리하고 깨끗하기 때문에 사용할 겁니다. 트래쉬버스터즈는 이 점에 주목했습니다. 다들 일회용품을 좋아서 쓰는 건 아니란 점이죠. 다른 편리한 방법이 있다면 굳이 일회용품을 쓸 이유가 없을 것이고, 그러기 위해 찾아낸 해결책이 '다회용기' 사용이었습니다.
환경을 위해선 다회용기 사용이 좋다는 걸 알면서도 좀처럼 다회용기 사용이 확산되지 않는 건 개인이 일일이 들고 다니면서 세척까지 하기엔 너무 불편하기 때문입니다. 트래쉬버스터즈는 이 불편함을 해결해주는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즉, 사내 카페나 영화관 등에 다회용 컵을 납품하고 다 쓴 컵은 직접 수거해 깨끗이 세척한 뒤 다시 제공하는 식으로, 일종의 다회용기 렌탈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마침 ESG 경영이 주목받으면서 사업 초기부터 대기업을 중심으로 적지 않은 러브콜이 들어왔다고 합니다.
트래쉬버스터즈의 고객 중엔 누구나 이름만 들으면 알 만한 회사들이 적지 않습니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사내 카페에서 트래쉬버스터즈의 다회용기 대여서비스를 이용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고객사로 KT, CGV, LG, GS 등이 있다고 합니다. 네이버의 경우 신사옥1784에서 트래쉬버스터즈의 다회용기 대여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각 업체별로 필요한 수량을 발주하면 트래쉬버스터즈가 이를 납품한 뒤 다 쓴 용기는 전용 수거함에 모아놨다가 수거해가는 시스템입니다. 별다른 영업 활동을 하지 않았는데도 최근 ESG 바람을 타고 많은 대기업들로부터 신청이 들어온다고 합니다.
최근엔 대기업 외에도 트래쉬버스터즈를 찾는 곳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인천 미추홀구와 서구에서는 일반 카페에서도 보증금을 내면 다회용 컵을 테이크아웃해서 사용할 수 있는 시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다회용 컵에 음료를 담아 먹은 뒤 보증금 반납기에 빈 컵을 넣으면 계좌로 보증금을 돌려 받는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트래쉬버스터즈의 핵심 경쟁력은 '세척' 기술입니다. 아무리 취지가 좋다 한들 깨끗하거나 안전하지 않다면 사람들은 다회용기 사용을 꺼릴 테니까요. 깨끗한 용기 확보에 우선순위를 두고 서비스 초기부터 세척 기술을 고도화했고 머지않아 완전 자동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세척 과정에서도 환경을 고려합니다. 세척에 사용한 물을 그냥 흘려 보내는 것이 아니라 재사용할 수 있는 수처리 시스템을 만든 것입니다. 또한 미세플라스틱을 걸러내는 배수 시스템을 구축했고, 검수 작업은 카메라를 이용해 자동으로 이뤄지도록 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미생물 테스트기로 하루에 한 번은 꼭 랜덤으로 검사도 진행합니다. 모두 일회용품보다 깨끗한 다회용기를 만들기 위한 노력입니다.
어떻게 하면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다회용품 사용에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게 할 수 있을까요? 그중 하나는 성과를 수치화해 사람들의 머릿속에 그림을 그려주는 것입니다.
트래쉬버스터즈의 인스타그램에는 주기적으로 다회용기를 사용함으로써 그만큼 줄어든 일회용품의 개수를 카운팅하는 '버스팅 스코어'가 올라옵니다. 그동안 꾸준히 수치가 증가하면서 2022년에는 한 해 동안 무려 1000만 개를 넘어섰습니다. 그 후로 매달 100만 개 이상의 버스팅 스코어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트래쉬버스터즈의 사업 아이디어를 확신하게 된 것도 수치에서 오는 자신감이었습니다. 지난 2019년 8월 곽재원 트래쉬버스터즈 대표는 참가자들이 일회용품을 가져올 수 없는 <서울인기> 축제를 기획했습니다. 축제 기간 동안 약간의 보증금을 내면 참가자들에게 트래쉬버스터즈가 제공하는 식기세트를 빌려줬더니, 비슷한 규모의 축제에서 보통 100L 쓰레기 봉투 기준 300~400개 정도 발생하던 쓰레기가 달랑 봉투 5개로 줄어드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충분한 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사업이란 게 입증된 것이죠.
트래쉬버스터즈는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마케팅 문구로도 회자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2021년에 진행된 <제로웨이스트 페스티벌>에서 화제가 됐던 "일회용품 같은 사랑은 하지 마라"는 문구였습니다. 누구나 공감할 만한 내용에 트래쉬버스터즈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재치 넘치게 담아냈습니다.
이처럼 트래쉬버스터즈는 '일회용품이 없는 일상이 당연한 세상'을 만들겠다는 고결한 목표를 향해 나아가지만 마음가짐은 결코 비장하지 않습니다. 각을 잡지도 않습니다. 대신 '여기 재미나고 힙한 것들이 있는데 같이 해볼래요' 하는 식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입니다.
때로는 주저하는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기도 합니다. 작년 연말엔 응원이 필요한 사람들을 찾아가 따뜻한 음료를 제공하는 <웜업(WMUP)> 프로젝트를 통해 유기견과 유기묘 보호소, 영등포 자원순환센터 등을 방문해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응원하기도 했습니다.
트래쉬버스터즈는 서비스를 위해 다회용기를 비롯해 용기 회수기기, 세척 장비 등을 제작해야 합니다. 트래쉬버스터즈가 외주 제조를 도와주는 온라인 제조 플랫폼 캐파(CAPA)를 찾은 이유입니다. 실제로 지난해 처음 캐파 회원으로 가입한 뒤 음료 퇴수구 깔대기나 컵 세척 트레이 등을 제작하기 위해 캐파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곽동열 이사는 "몇 가지 조건만 집어넣으면 발품을 팔며 여러 곳을 직접 알아보는 것보다 훨씬 빠르고 신속하게 비교견적을 받아볼 수 있는 점"을 캐파의 최대 장점으로 꼽았습니다. 새로운 거래처를 찾아야 할 때 회사와 소위 '핏(fit)'이 맞는 업체를 쉽게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캐파를 지속적으로 이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상 트래쉬버스터즈 곽동열 이사, 이상준 PD와 나눴던 이야기 중 못다한 이야기는 아래에 정리했습니다.
"저희의 비전은 '일회용품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는 것'입니다. 인류가 일회용품을 쓰기 시작한 지 이제 100년 정도 되었거든요. 사람들이 일회용품을 좋아해서 쓰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단지 편리해서, 대체재가 없어서 사용해왔다는 거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회용품을 대체할 수 있는 대안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저희의 기조입니다. '일회용품을 당연하게 쓰지 않아도 되는 문화를 만드는 것'을 저희의 미션으로 세운 이유죠. 한 번 쓰고 버리는 것이 아니라 다시 여러 번 쓰는 것이 당연해지는 문화를 만들려고 합니다."
"세상을 조금 더 나은 곳으로 변화시키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는 공통점이 다양한 배경을 가진 저희 팀원들을 하나로 이어주는 것 같습니다. 먼저 트래쉬버스터즈의 공동창업자이자 CBO(Chief Branding Officer)인 최안나 이사님은 원래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하다가 합류하셨어요. 현재 회사의 컬러부터 비주얼, 디자인 등을 총괄하고 있습니다. 곽동열 이사님 같은 경우는 설치미술 작가로 활동하면서 환경이나 삶을 더 나아지게 하는 변화에 대해 고민해 왔습니다. 마침 본인이 추구하는 방향과 회사의 방향이 일치해 합류하게 됐습니다.
이영찬 PD님은 대기업에서 오랫동안 B2B 영업을 했던 분입니다. 대기업 경력이 많은 분이 안정적인 직장을 떠나 스타트업으로 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데 트래쉬버스터즈에 오셔서 중요한 일을 많이 하고 계세요. 안양에 있는 세척공장에는 아르바이트로 일을 시작했다가 저희 회사를 좋아하게 돼서 정직원으로 전환한 분도 계십니다. 그밖에도 낯선 이력을 가진 분들이 많은데, 세상을 좀 더 나은 곳으로 변화시키고 싶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재밌을지 모르겠지만 그걸 만드는 과정은 지난하잖아요. 저희는 이를 위해 낯선 것들을 많이 찾으려고 합니다. 잘 모르지만 관심 있는 분야를 찾아보고, 힘을 다 빼보거나 뻔한 것도 다르게 표현해보거나 하는 식으로요. 유튜브처럼 안 해본 것을 해본다든지, (실내에서 하던 일을) 밖으로 나가본다든지, 이런 식의 시도를 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일회용 플라스틱 컵이 개당 100원, 저희 다회용 컵이 개당 150~200원 수준이에요. 직관적으로 보자면 저희 컵이 비싸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일회용 컵을 폐기하는 비용 등을 감안하면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비용이 거의 비슷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회사 차원에서 올해가 굉장히 중요한 해라고 생각해요, 지금으로선 일회용품 없는 일상이 당연해지는 세상을 만드는 데 문화적으로 기여하고 싶다는 것이 저희의 목표입니다. 이제 많은 분들이 가방에 장바구니를 넣고 다니잖아요. 마찬가지로 다회용기 사용도 자연스러워지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요. 이를 위해서는 세척 기술 같은 서비스의 고도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트래쉬버스터즈의 모습이 '루키' 같은 재밌고 밝은 이미지였다면, 올해는 한 단계 '레벨업' 해서 좀 더 능숙하고 스마트한 모습을 장착하고자 합니다."
<트래쉬버스터즈>를 비롯해 수많은 국내 제조 관련 기업들이 최고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온라인 제조 플랫폼 CAPA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지금 CAPA에 가입하면 CNC, 금형사출, 판금, 3D프린팅 등 각 전문 분야별로 최고의 제조 파트너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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