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구설계 전문업체라서 '맥북' 화면 중심의 깔끔한 사무실 풍경을 예상했는데 벽면에 종이 박스가 천정까지 쌓여 있었다. 그뿐이 아니었다. 당장 트럭에 실릴 준비가 끝난 제품 포장 박스들도 사무실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사무실 한 켠에는 PCB 기판과 각종 시제품 수십 여 개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고, 한 직원이 자리에 앉아서 제품을 꼼꼼하게 뜯어보고 있다.
색다른 향기(?)가 물씬 풍기는 이 곳은 설계 전문업체 (주)썸잇의 사무실이다. (주)썸잇은 2016년에 설립된 R&D(연구개발) 기반 기구설계 전문 업체다. R&D를 전면에 내세웠는데, 정작 가장 눈에 띄는 건 직원들이 부품을 조립하는 모습이다.
심지어 이 회사 유장석 대표는 직원들과 함께 두 달 동안 8만7500개의 부품을 직접 조립한 적도 있다. 설계가 완벽했는지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한다. 문제가 있다면 다시 설계에 반영해 완성도를 높이는 작업을 반복한다.
유장석 대표는 복잡한 대형 제품보다 초기 스타트업과 함께 반짝반짝 빛나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협업하는 것이 즐겁다고 말한다. ‘촘촘한 설계자’ 유장석 대표를 캐파가 경기도 의왕의 사무실에서 직접 만나고 왔다.
“(웃음) 저희는 조립도 하는 설계 업체다. 특히 고객의 90%가 초기 스타트업이다. 대기업의 경우 이벤트 제품을 6~7번 만들고 초도 양산을 거친 뒤에 최종적으로 양산을 하는데, (단위가) 100개, 500개, 1000개, 5000개 식으로 수량을 늘려가면서 제품의 문제점들을 속속 찾아낸다.
하지만 스타트업들은 단위가 다르다. (수량이 훨씬 적은) 10개, 50개, 1000개 단위로 늘려가다 보니 몇 개 안 되는 샘플 안에서 최대한 많은 문제점들을 전부 찾아내야 한다. (사무실에 샘플이 많은 이유는) 개발자가 직접 뜯어보고 조립하면서, 설계 단계에서 밑그림을 그릴 때 중요한 제품의 기능과 포인트들이 실제로 구현됐는지 확인하고 조립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더 많이 찾아내기 위함이다.”
“8만7500개의 부품까지 조립해봤다. 5명이서 2개월 동안 밤낮으로, 주말을 반납하면서 조립했다. 5명 중 3명은 조립에만 풀타임으로 근무했다(웃음).
(어떤 제품이었길래?) 장난감 큐브의 일종인 ‘스마트 큐브’였다. 큐브 가운데 회전 센서가 있어서 큐브를 돌릴 때마다 횟수를 카운트해주고, 중도에 포기하면 큐브에 불빛으로 회전 방향을 표시해줘서 정답을 맞출 수 있게 도와주는 제품이다. 회전 센서만 6개였고 광학 기술도 들어가야 해서 개발 난이도가 매우 높았다. 큐브 하나 당 들어가는 기구 부품 수가 175개다. 큐브 500개를 만들기 위해 총 8만7500개의 부품을 조립해야 했다.(웃음).”
“조립은 어떻게 보면 R&D와 설계에 대해 최종 검증하는 과정이다. 문제가 적을수록 내가 설계한 기준이 맞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는 셈이다. 처음 세웠던 기준이 맞다는 것을 확인할 때의 희열이 있다. 짧은 시간,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 많은 문제점을 찾아내 다시 설계에 반영할 수 있으려면 실제 제조 단계에서 설계 상의 문제가 있는지를 끊임없이 확인하고 개선하는 과정이 필수다.”
유 대표는 특히 스타트업 고객들이 의뢰하는 제품에 애정을 나타냈다. 그는 "스타트업과 함께 일하다보면, 생각지도 못했던 아이디어를 만나고 생각지도 못했던 결과들을 마주하는데 그런 순간마다 재미를 느낀다"고 말했다.
그렇게 고생해서 조립했던 ‘스마트 큐브’ 제품의 경우 코로나19 이후 ‘세계 큐브 선수권 대회’에서 유사한 제품이 활용되었다는 걸 나중에 알게 됐다고 한다. 유 대표는 "코로나라고 하면 살균기 제품, 키오스크 제품만 떠올리기 쉬운데, 원격으로 큐브시합을 할 수 있게 스마트 큐브가 만들어지는 게 재밌지 않나”라고 말했다.
유장석 대표는 회사를 세우기 전엔 전문업체에서 의료기기, 휴대폰 등의 설계를 담당했다. 설계 분야에서 15년 경력을 쌓은 베테랑이다. 그 중에서도 ‘복강경 수술 로봇 기구’를 개발하는 대규모 프로젝트 팀에 합류하여 개발 기간을 단축시켰던 일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당시 우주선 개발자 6명, 소프트웨어팀 10명, 기구개발팀 10명, 수술 집게 개발팀 15명 등 대규모 연구 인력이 투입돼 진행된 프로젝트였다. 이렇게 많은 전문인력이 투입돼 약 6년 동안 개발에 나섰지만 유 대표가 합류할 때까지 별다른 진척이 없었다고 한다.
“수술 로봇은 수술 과정에서 로봇의 미세한 진동이 수술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진동’을 잡는 것이 핵심이었다. 로봇의 진동 개선은 구조 해석과 검증 과정을 통해 해결했으며, 진동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총 개발 기간 중 70%를 차지했다. 시뮬레이션과 구조 해석을 같이 했다. 파트 별로 시뮬레이션을 다 돌려서 시뮬레이션 상의 진동을 확인하고 제품을 만들어서 측정했다. 소프트웨어 데이터, 실제 데이터를 비교 조정해 가며 계속해서 다시 만들었다. 6년 간은 진동에 대한 개념이 없었는데, 이 포인트를 잡아내서 개발 기간을 단축시켰다.”
“복잡한 구조의 설계를 해봤던 경험은 큰 자산이다. 의료기기 제품은 개발만이 문제가 아니다. 개발이 끝나면 소재의 인체 적합도 검사 때문에 새로운 숙제가 시작된다. 진단 기기인지, 인체 피부에 닿는지, 인체에 삽입되는지 등의 기준을 바탕으로 소재는 단계가 나뉘고, 상용화를 위해서는 별도의 인증이 필요하다. 엄격하게 구분되는 의료기기 제조 인증, 제조사 인증 등에 대해 제대로 아는 업체를 찾고 있다면 저희에게 맡겨주시라.”
“(주)썸잇은 설계부터 제조까지 전 과정을 모니터링하고 관리하는 스타트업의 동반자다. 직접 제품을 구상했기 때문에 제품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변수에 대해 정확한 의사 결정이 가능하다. 고객과 제조업체 중간에서 중간 소통망 역할을 하는 셈이다.
아무리 제품 설계를 잘해도 제조 과정에서 변수는 생기기 마련이다. 설계가 가능해도 제조에서 구현이 어려운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설계와 제조 사이의 간극을 메워야하는데, 초보 고객은 설계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다 보니 뭐가 되고, 뭐가 안 되는지 구분하기가 어렵다.”
“난청 극초기 환자를 위한 ‘스마트 보청기’ 제품을 개발한 사례가 있다. 난청 정도가 심하지 않아서, 몇 백만원 단위의 기성 보청기를 착용하기에는 비용이 부담되는 사람, 기성 보청기의 미관 때문에 착용을 꺼리는 사람을 타깃으로 한 제품이었다. 블루투스 이어폰 형태를 따서 만든 스마트 보청기를 3개월에 걸쳐 설계를 끝냈다.
제품이 잘 나온 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2년쯤 뒤에 고객이 다시 찾아오더라. 제조 단계에서 문제에 봉착해 설계가 끝난 뒤 2년 동안 제품을 만들지 못했다고 했다.
결국 제조 단계까지 개입하게 됐다. 제조 단계에서 가공이 어려운 형상이 있다면, 어디까지 수정을 허용할 수 있는지, 고객 대신 제조업체와 직접 조율하고 소통했다. 저희는 직접 제품 R&D부터 설계까지 진행했기 때문에, 제품이 기능적으로 구현되기 위해 필수적인 부분과 아닌 부분을 구분할 수 있다. 저희가 개입한 이후, 2년 동안 만들지 못했던 제품을 6개월 만에 생산해냈다.”
“MVP(최소기능제품) 모델 이후 2번째 업그레이드 버전 제품을 만들어서 5만 개의 수량을 찍었다. 고객사는 현재 연 매출 200억 규모의 회사로 성장해 시리즈 B 투자 유치를 진행 중이다. (주)썸잇은 현재 스마트 보청기를 포함해서 14개 기업의 R&D와 양산을 함께 진행 중이다. 암 치료기와 같은 의료기기부터 키오스크, 헬스케어 디바이스 등이 있다.”
“스타트업과 함께 일하면 저희가 할 일이 많다.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은 정해진 방식이 있고 그대로 만들어주길 원한다. 그러면 저희가 할 게 없지 않나. 수동적으로 일하는 것은 재미가 없다.
어쩔 수 없는 공학도라서, 고객이 제품을 만들 때 ‘산으로 갈 걸 평지로 가게끔’ 도와줄 때마다 희열을 느낀다. 사실 거창하게 말하면 관리하고 모니터링하고 R&D를 한다고 하지만, 결국 저희가 하는 역할은 문제를 ‘한 번 막아주는 것’뿐이다. 그런 기회는 스타트업과 협업할 때 많을 수밖에 없다.”
“(주)썸잇의 R&D는 제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과정이다. 제품 아이디어를 양산 단계까지 구현하려면 현 시점에서 구현 가능한 기술인지를 판단하기 위한 MVP 모델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
R&D는 단순히 제품을 개발하는 과정에서만 중요한 게 아니다. 제품을 개발한 다음까지 생각해야 한다. 제품의 완성도, 만족할 만한 수준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그 기준을 정립하는 것도 R&D의 영역이다. 제품을 세상에 내놓기 위한 첫 번째 단계부터, 완성된 제품을 평가하는 마지막 단계까지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는 과정이 모두 R&D의 영역이다. 초기 밑그림을 잘 그려서 최종적으로 완성도 있는 제품을 만들 수 있게 하는 과정을 모두 담당한다.”
“캐파(CAPA)는 제조업계의 ‘전화번호부’다. 공중전화 부스가 있던 시절 부스 안에 있던 두꺼운 책 말이다. 급하게 누군가(제조업체)를 찾아야 할 때, 캐파(CAPA)가 제조업계에 필요한, 일종의 전화번호부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캐파(CAPA)와 함께 성장해서, 전화번호부에 오래도록 남아 있는 ‘찐파트너’ 업체로 남겠다.”
“상생의 시너지를 내는 ‘스타트업을 위한 스타트업’으로 성장하고 싶다. 궁극에는 국내 뿐만 아니라 전세계 기술 기반 스타트업의 '제조'를 돕는 기업으로 성장하는 게 꿈이다. 개발자로 근무하는 15년 동안 수많은 경험을 하면서, ‘내가 가진 경험을 공유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회사를 차렸다. (주)썸잇이 R&D를 기반으로 기술 스타트업의 사업화를 지원하는 이유다. 제품 개발 과정을 혁신적으로 단축하여 사업화 성공률을 높이고 싶다면 (주)썸잇을 찾아달라.”
온라인 제조 플랫폼 캐파(CAPA)에서는 기구설계 전문업체인 (주)썸잇을 비롯해 다양한 가공분야의 최고 전문 제조업체를 만날 수 있습니다. 지금 캐파를 방문해 최적의 제조업체를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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