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한 해를 의미있게 마무리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분들이 적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한 해를 정리하는 의미에서 김난도 교수가 소속된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의 <트렌드 코리아 2023>을 탐독하는 것은 어떨까요. 다가올 새해를 앞두고 올해의 트렌드를 복기하고 내년엔 어떤 세상에 살게 될지 미리 들여다보는 것도 연말연시를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요.
문제는 언제나 시간인데요. 모처럼 만의 송년회 등으로 연말로 갈수록 바빠질 여러분들을 대신해 캐파(CAPA)가 대신 읽어봤습니다. 어느덧 매년 이 맘 때면 놓치지 말고 읽어봐야 할 대표적인 도서로 꼽히게 된 <트렌드 코리아 2023>의 핵심만 추렸습니다. 여러분의 일상과 비즈니스에 도움이 될 만한 힌트를 발견해보시기 바랍니다.
내년도 트렌드를 엿보기 전 올 한 해를 강타한 대한민국의 10대 트렌드부터 정리하고 넘어가겠습니다.
먼저, 'K-콘텐츠'를 꼽을 수 있습니다. 올 한해는 그 어느 때보다 한국의 문화 콘텐츠에 대한 전 세계인의 호감도가 상승했습니다. 그 배경으로 OTT 서비스의 확대를 빼놓을 수 없겠죠.
다음은 '비대면 플랫폼'의 인기입니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관련 서비스의 확장을 지원하는 정책적 노력이 이어진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2022년은 '캐릭터' 마케팅의 효과를 검증한 해이기도 했습니다. '캐릭터 기획 상품'은 소비자들이 구하기 어려운 제품을 구매할 때 느끼는 '득템력' 과시와 더불어 재테크 아이템으로 부상하며 화제가 되었습니다. 출연자들 간에 자연스러운 공감대를 형성하는 '상담 예능'은 고민 해결에 전문성을 더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유행했습니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친(親)'환경을 넘어 '필(必)'환경으로 넘어가는 트렌드 속에서 '친환경 포장'은 절약보다 '절제'에 방점을 둔 트렌드로 부상했습니다.
'제로음료'의 유행은 행복한 건강관리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음을 나타내는 동시에 회식이 감소하고 우리 사회의 강압적인 음주문화가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또한 혼술 문화의 확산과 함께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게 된 '이색 주류'를 통해 주류(酒類) 선택의 주류(主流)가 가성비에서 가격 대비 만족도를 나타내는 '가심비'로 변화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셀프사진관'은 그간 억눌렸던 '대면' 만남에 대한 니즈를 보여줬습니다. 사진으로 추억을 기록하는 놀이문화도 형성되었습니다.
'새치샴푸' 돌풍을 통해 자기관리의 일환으로 미용 소비를 즐기는 4060세대 소비자가 부상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도심 근교 대형 카페'는 차별화된 콘셉트가 적용된 카페 공간의 매력을 보여주는 트렌드였습니다. 코로나19 이후 가벼운 국내여행을 선호하는 문화와도 연결돼 있습니다.
'평균이 실종'되고 '오피스 빅뱅'이 일어나는 시절 인간관계는 이미 오래 전에 '인덱스화'되었습니다.
무슨 말인지 아시겠나요? 아래 정리된 내년도 트렌드를 읽어보시면 '아하' 하고 이해하실 수 있을 겁니다.
한 쪽에선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5천원 짜리 모바일 상품권 거래가 빈번해지고 대형마트에선 외식비를 아끼려는 소비자들의 니즈로 인해 밀키트 판매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다른 한 쪽선 한 끼에 수 십만 원을 호가하는 한우 오마카세와 고급 호텔의 망고빙수가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습니다.
회사에서는 사원에서 대리로, 대리에서 과장으로 이어지는 승진체계가 과거의 유물로 전락하기 일보 직전입니다. 일각에선 아예 승진을 거부하는 움직임까지 감지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 속에서 혼란을 겪고 있다면 트렌드를 이해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분석한 2023년 트렌드 키워드 10개를 핵심 위주로 간략히 정리했습니다.
언제부턴가 평균, 기준, 통상적인 것들에 대한 개념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대신 소득의 양극화가 정치/사회 분야로 확산되고 있고, 갈등과 분열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 되었습니다. 중간이 사라지는 잔인한 시대, 평균을 뛰어넘는 전략이 요구됩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일터로의 복귀를 거부하는 대규모 사직 또는 최소한의 일만 하는 '조용한' 사직이 하나의 현상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회사로의 출퇴근이 당연하던 시대에서 '워라밸'을 중시하는 분위기, 재택과 하이브리드 근무가 뒤섞이면서 과거의 직장 문화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습니다. 과거와 송두리째 달라지고 있는 근무 환경의 변화(오피스 빅뱅) 속에서 회사와 개인은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구매는 하지 않으면서 혜택만 챙겨가는 소비자를 일컬어 '체리피커'라고 부릅니다. 이런 소비자들 때문에 기업들이 관련 혜택을 줄이면서 체리피커에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덧씌워졌습니다. 이에 반해 '체리슈머'는 남에게 피해 주지 않고 한정된 자원을 극대화하기 위해 최대한 알뜰하게 소비하는 전략적 소비자를 일컫습니다.
인간관계에서 끈끈함의 척도인 '밀도'보다 '스펙트럼'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SNS를 통한 목적지향적 만남이 대세가 되면서 오늘날의 인간관계는 스펙트럼 측면에서 전보다 넓어졌습니다. 이런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이제는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여러 가지 인덱스(색인)로 분류하고 정리합니다.
아이폰을 내놓은 스티브 잡스는 "사람들은 자신이 뭘 원하는지 모른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소비자의 목소리를 듣고 소비자가 요구하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전통적인 기업의 방식이었다면, 혁신적인 기업들은 소비자가 아예 생각지도 못한 제품을 내놓았을 때 그들은 줄을 서서 지갑을 엽니다.
사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대체 불가능한 상품. 혹은 지금껏 써왔지만 더 새롭고 매력적인 상품이나 결제 방식이 유연한 상품처럼 다채로운 소비자를 겨냥한 뉴디맨드 전략이 돋보일 것으로 전망됩니다.
파고(dig) 파고 또 파고, 끝까지 파고들어가 행복한 '과몰입'을 즐기는 사람들을 일컫는 '디깅러'의 세상이 오고 있습니다. 이들은 자신의 열정과 돈, 시간을 자신이 몰입하는 대상에 아낌없이 투자합니다. 과거 오타쿠와 달리 현실 도피적이지 않고, '덕후'나 '팬슈머'보다 진일보한 사람들을 가리킵니다.
2010년 이후에 태어난 세대, '알파세대'가 떠오르고 있습니다. 태어나서 처음 한 말이 '엄마'가 아니라 '알렉사'였다는 우스개 소리처럼, 이들은 단순히 Z세대의 다음 세대가 아닙니다.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이 익숙한 새로운 종족의 시작입니다. 100퍼센트 디지털 원주민인 이들의 미래에 우리의 미래가 달렸습니다.
지금 기분에 맞는 노래가 뭘까? 냉장고에 우유가 남았던가? 이처럼 살면서 마주하게 되는 순간마다 사람들이 뭔가를 요구하기도 전에 미리 '알아서 배려해주는' 기술이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선제적 대응 기술은 삶의 각종 편의를 넘어, 사회적 약자를 돕고 사고를 미리 예방하는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한 기술입니다.
멋지다고 소문이 난 공간은 어디든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아무리 정교한 가상공간이라도 실제 공간이 가진 힘을 이길 수는 없습니다. 매력적인 콘셉트와 테마를 갖추고 '비일상성'을 제공하는 공간력은 소비자 시장에서 최고의 무기가 될 것입니다.
어른이 되는 것을 한껏 늦추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네버랜드의 피터팬처럼 영원히 어린아이로 살아가고자 하는 것입니다. 진짜 어른을 만나기가 점점 힘들어지는 요즘, 청춘의 열정과 어른의 지혜를 조화시키는 것이 시급하다는 분석입니다.
격변의 시대에 가장 위험한 것은 격변 자체가 아니다.
지난 사고방식을 버리지 못하는 것이다.
-피터 드러커-
우리가 매년 <트렌드 코리아>에 주목하는 것은 그 어느 때보다 짧은 주기로 격변하는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저자 김난도 교수는 "배는 항구에 있을 때 가장 안전하다. 그러나 그것이 선박의 존재 이유는 아니다."라고 말했는데요. 그 어느 때보다 거센 풍랑이 예상되는 2023년이지만, 언제나 그랬듯 위기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 위기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가 문제입니다. 모든 위기는 새로운 트렌드에 맞춰 바꾸거나, 도태되거나 둘 중 하나뿐임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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