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가루(약 40μm) 크기의 4만분의 1, 모래(약 1mm)의 100만분의 1, 머리카락 굵기(약 100μm)의 10만분의 1. 1 나노미터(nm)가 감이 오시나요? 우리나라가 선도하는 ‘미시의 세계’가 있습니다. 바로 반도체입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등장한 2020년 이후 세계 경제 침체가 심화되는 가운데에서도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산업군이 있는데요. 바로 PCB 산업입니다. 최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주요 PCB 업체(심텍·코리아써키트·대덕전자 등)들이 2021년 1조원이 넘는매출을 올리면서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습니다.
불경기에 악재가 겹친 시기에도 PCB 산업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요. 앞서 살펴본 반도체와 PCB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기 때문입니다. 반도체는 크기가 너무 작고 온도, 습도 변화에 취약합니다. 이 때문에 반드시 반도체를 ‘패키징(packaging)’하는 작업이 필수입니다. 외부 환경으로부터 반도체를 보호하고, 반도체가 최적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반도체용 PCB가 합니다. 최근 인공지능(AI)이나 빅데이터, 자율주행차 등 반도체 활용 분야가 확대되면서 PCB까지 긍정적인 외부효과를 받고 있는 것입니다.
반도체 패키징에 필수적이면서 동시에 전자부품을 실장(PCB 기판에 전자부품을 부착하는 작업)해 전기적으로 연결하고 전원을 공급해주는 부품인 PCB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PCB는 절연체(전기나 열을 거의 통하지 않는 물질)로 만든 판(Board)에 구리(Cu)와 같은 도체(전기를 잘 통하는 물질)를 가공하여 배선을 형성한 ‘회로기판’입니다. 초기의 PCB는 인쇄 기법을 많이 사용하여 만들었기 때문에 ‘인쇄하여 만든 회로기판’이라는 의미로 PCB, 즉 ‘Printed Circuit Board’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각종 전자부품과 반도체는 그 자체로는 작동하지 않습니다. 컴퓨터의 전원을 켜기 위해서는 전기 플러그를 콘센트에 꽂아 전력을 공급해줘야 하죠. 하지만 모든 부품들에 하나하나 직접 전력을 공급할 수는 없습니다. 부품의 수가 적다면 가능하겠지만, 제품의 크기가 크고 부속품의 갯수가 많아지면 전기 배선이 복잡해지게 됩니다.
<아래 사진>처럼 모든 부품들이 직접적으로 전기 배선으로 연결된다면 기기의 내부는 사진과 같이 복잡해질 수 있습니다.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전기 배선들이 끊어져 제품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게 되는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PCB 기판이 있다면 복잡한 전기 배선으로 부품들을 하나하나 연결할 필요가 없습니다. 기다란 전선은 PCB 기판에 새겨진 ‘선 하나’로 대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위 사진에서 길(road)처럼 그려진 진한 초록색 선들이 보이시나요? 이 선들이 전선 역할을 대신합니다. 저 선들은 전기가 잘 흐르는 재료로 제조됩니다. PCB 기판 자체는 절연체이기 때문에, 진한 초록색 선들이 연결하는 길을 따라서 전류가 흐릅니다.
PCB 기판은 여러 전기 배선 구조를 층(layer)별로 짜서, 한 번에 압축한 결과물입니다. 복잡한 전기 배선 구조가 판 하나로 압축되니, 제품 내부도 훨씬 덜 복잡해지죠.
위 사진에는 굉장히 많은 부품들이 부착돼 있습니다. 반도체를 둘러싸고 있는 검정색 칩(실장 chip)과 그 주변에 배치된 조그마한 저항 부품(과도하게 전류가 흐르지 않도록 저항을 만들어 과열에 따른 화재나 부품의 파손을 막아주는 기능을 함) 등이 기판 위에 장착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많은 부품들을 하나하나 전기선으로 연결할 필요성이 없어지니 PCB 기판이 얼마나 편리한지 아시겠죠?
복잡한 전기 배선 구조를 간편하게, 또 안전하게, 최적의 상태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바로 PCB 기판입니다. 완성된 PCB 기판을 외부 케이스로 덮고, 조절기 등을 조립하면 하나의 전자기기가 완성됩니다.
PCB의 종류는 보통 층(layer)수를 기준으로 나눕니다. PCB 기판의 크기는 제한돼 있는데, 연결해야 하는 전선이 너무 많다면 전기 배선이 서로 겹칠 수 있겠죠. 전기 배선이 교차하면 합선이 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복잡한 전기 배선 구조도를 수평으로 쌓는 레이어를 만듭니다. 층 단위로 레이어를 쌓으면, 층을 달리해서 전기배선이 교차하는 구조로도 부품을 연결할 수 있지요.
단순한 기능의 제품에는 단면 PCB가 주로 쓰입니다. 기능이 복잡한 전자기기일수록 한정된 공간에 많은 배선을 배치하기 위해 PCB 층수가 많아집니다. 이때는 다면 PCB가 필요합니다.
두 개의 구리층을 연결해주는 역할은 비아 홀(VIA hole)이 합니다. 비아 홀은 부품을 삽입하지 않고 회로를 구성하는 구멍을 말합니다 <아래 사진 참조>. 비아 홀은 금속(주로 구리(Cu))으로 도금되어 층과 층 사이를 전기적으로 연결합니다.
비아 홀을 사용하여 층이 추가되면, 전자 설계 기능이 확장되고 보드의 크기가 줄어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단면 PCB에 비해 양면 PCB는 제조 시간이 다소 길어질 수 있고, 단가가 높아질 수 있습니다. TV나 냉장고 등 가전제품과 컴퓨터, 복사기, 팩시밀리 등 기계에는 양면 PCB와 단면 PCB가 모두 사용됩니다.
PCB를 제조하는 데 드는 비용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은 크게 △재료 유형 △크기 △레이어 수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각각의 요인을 살펴보겠습니다.
회로 기판에 사용되는 재료는 항상 비용에 영향을 미칩니다. 일반적으로 PCB 기판은 FR-4로 만듭니다. FR-4는 에폭시수지와 유리 섬유 천으로 이루어진 복합 재료입니다.
하지만 일부 산업에서는 FR-4로 만든 PCB 기판을 사용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습니다. 항공 우주 산업, 연료 산업과 같이 고강도의 PCB가 요구되는 경우 다른 재료를 사용해야합니다. 이 경우 재료에 따라 PCB 가격이 달라지게 됩니다.
재료를 선택할 때 고려해야 하는 요인은 강도뿐만이 아닙니다. PCB가 작동하는 작업 환경이 고온일 경우 PCB가 해당 온도를 견딜 수 있어야겠지요. 또한 PCB가 전기 신호를 얼마나 잘 전달하는지(신호 성능), 외부 압력에 잘 견디는지(물리적 특성) 등 PCB 재료를 선택할 때 고려해야 하는 요인들은 다양합니다.
이러한 요인에 따라 적절한 재료를 선택해야 하고, 재료에 따라 PCB 가격 또한 달라지게 됩니다. 일례로 전자레인지와 계산기에 각각 사용되는 PCB는 많게는 10배까지 가격에서 차이가 난다고 합니다.
장치에 필요한 회로 수가 많을수록 PCB의 크기는 커집니다. PCB 크기가 커지면 PCB 가격은 비싸집니다. 디지털 시계처럼 단순한 기기는 노트북처럼 복잡한 기기보다 회로 수가 적습니다. 단순한 기기를 만들 때는 더 작은 크기의 PCB를 사용할 수 있어 비용이 줄어듭니다. 산업용 기계처럼 대형 기기를 만드는 경우에는 노트북을 만들 때 사용했던 PCB보다 훨씬 큰 PCB가 필요하기 때문에 비용도 많이 들겠죠.
PCB에는 아래와 같이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표준 사이즈가 있습니다.
특히 크기가 커질수록 PCB 가격은 크기에 비례하는 것 이상으로 비싸집니다. 즉, 소형 PCB를 대량 제조하는 것이 대형 PCB를 소량 제조하는 것보다 저렴할 수 있습니다.
앞서 레이어 수에 따른 PCB 종류를 살펴봤습니다. 단면 PCB, 양면 PCB보다 다면 PCB의 제조 비용이 훨씬 높습니다. 다면 PCB를 제조하는 데에 필요한 작업이 훨씬 복잡하기 때문입니다. 레이어 수가 많을수록 재료가 많이 투입되는 것은 물론, 완성된 제품의 결함률 또한 올라가기 때문에 고도의 기술이 요구됩니다.
레이어가 많아질수록 가격이 비싸집니다. 다만, 단순히 레이어가 많아질수록 그에 정비례해 비용이 늘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처음엔 레이어가 한 층 추가될 때마다 늘어나는 비용이 커지다가 정점을 지나면 가격 상승률이 다소 완만해집니다.
지금까지 PCB에 대한 일반적인 내용을 알아봤습니다. 앞으로 PCB 설계부터 제조, 조립(SMT) 등 PCB와 관련한 세부 항목에 대해서도 순차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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