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친숙한 음식인 햄버거. 얼핏 생각하기에 요리하기도 쉬워 보입니다. 햄버거 맛의 핵심은 고기를 잘게 다진 '패티'입니다. 하지만 패티를 조리하는 사람의 입장이 되어 보면 의외의 '페인포인트(pain point)'를 발견하게 됩니다.
햄버거 패티는 덜 익히면 위험하고 너무 익히면 맛이 없습니다. 그릴 위에서 적절한 시간 동안 일정하게 패티를 익히는 것이 핵심입니다. 집에서 1~2개 정도를 굽는 것이라면 문제가 없을 겁니다. 하지만 하루에 수십~수백 개의 패티를 구워내는 햄버거 가게라면 어떨까요? 연기와 열기 때문에 그릴 앞에 지키고 서 있는 것 자체가 고역입니다. 수많은 햄버거 가게가 있지만 정말 맛있게 조리한 햄버거를 찾기가 쉽지 않은 이유입니다.
사실 패티를 굽는 일 자체는 대단한 기술을 요하는 작업이 아닙니다. 일정 시간 동안 기다렸다 패티를 뒤집어주고 다시 기다렸다 꺼내면 그만입니다. 아주 기계적이고 반복적인 작업입니다. 그렇다면 이걸 기계가, 아니 로봇이 하면 어떨까요?
오늘 소개해드릴 CAPA 고객 '에니아이(Aniai)'는 이와 같은 문제점에 착안한 스타트업입니다. 사람 대신 '로봇'이 햄버거 조리를 대신함으로써 직원을 덜 쓰면서 햄버거의 맛과 품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 것이죠. 나아가 로봇 도입을 통해 요식업계의 만성적인 문제점인 구인난을 해결하고자 합니다. 에니아이는 이에 맞는 로봇을 자체적으로 개발하기 위해 CAPA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에니아이는 황건필 대표 외 공동창업자 4인이 모여 지난 2020년 7월에 설립한 스타트업입니다. 황 대표는 카이스트에서 스마트 팩토리에 적용할 첨단 인공지능(AI) 인지 시스템을 개발하던 연구원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식당 역시 조리법대로 음식을 생산하는 작은 공장이라는 것을 깨달았고, 식당을 운영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가 구인난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양한 음식 가운데 상대적으로 조리 과정을 계량하기가 용이하고 구인난 해결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햄버거를 '테스트베드'로 삼기로 했습니다.
빠른 실행력을 바탕으로 창업 1년 반 만인 올해 초 햄버거 패티를 자동으로 조리할 수 있는 로봇인 '알파키친 그릴(αKitchen Grill)'과 소스를 자동적으로 배분해주는 '알파키친 소스(αKitchen Sauce)'를 출시해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현재 햄버거를 완전히 자동으로 생산할 수 있는 로봇키친 시스템인 '알파키친(αKitchen)'의 개발을 완료해 내년도 출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햄버거 패티 굽는 전 과정을 수행하는 '알파키친 그릴'은 현재 '크라이치즈버거' 상암점에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사람은 햄버거 패티를 그릴 위에 올려주기만 하면 됩니다. 패티가 그릴에 올라가면 로봇이 패티를 한 번 눌러줍니다. 일정 시간이 경과하면 패티를 뒤집어 한 번 더 눌러주고 조리가 끝나면 패티를 꺼내는 것은 물론, 직접 그릴을 청소합니다.
알파키친 그릴(아래 사진 참고)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모습의 로봇이 아닙니다. 사람을 닮은 로봇 셰프가 햄버거를 조리하는 모습을 상상하셨다면 다소 실망하셨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에니아이의 로봇 개발팀은 카이스트에서 인간형 로봇 '휴보' 개발 등에 참여하며 로봇 설계에서 많은 경험을 쌓은 전문가들입니다. 전문가 입장에서 햄버거 조리에 최적화된 형태로 설계한 것입니다.
정확한 레시피에 따라 소스를 제조, 배분해 균일한 맛을 내도록 하는 데 최적화된 '알파키친 소스'(아래 사진 참고)는 현재 '롯데리아' 매장에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소스 로봇을 이용하면 직원들이 주방에서 두 손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소스를 동시에 정량으로 분사할 수 있습니다.
에니아이는 현재 햄버거의 본고장인 미국 진출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 AWS(Amazon Web Service)가 전 세계 로봇 스타트업들 가운데 유망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인 AWS 로보틱스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AWS Robotics Startup Accelerator)에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엔 전 세계에서 단 17개 기업만 선발되었습니다. 에니아이의 기술력이 해외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받은 셈입니다. 이에 따른 혜택도 무척 다양합니다.
이에 더해 전 세계 가장 큰 비영리 로봇기술혁신센터 '매스로보틱스(MassRobotics)'가 제공하는 교육 프로그램에도 참여할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지는데요. 미국 시장에 들어갈 때 에니아이의 로봇에 무엇이 필요한지, 어떤 플레이를 해야 하는지 같은 것들을 배운 상태입니다. 현재는 AWS와 에니아이가 협업할 수 있는 포인트를 찾는 과정에 있습니다.
에니아이의 탁월한 기술력은 이미 국내에서도 다수의 대기업 등을 통해 검증된 바 있습니다.
2021년 마이크로소프트 인큐베이터 프로그램에 최종 선정되었고, 올해엔 SKT ESG Korea 2022 프로그램의 협력 파트너사로 선정되었습니다. 주방 자동화 로봇 솔루션이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측면에서도 도움이 된다고 본 것이죠.
이뿐만 아니라 넥스트라이즈 2022의 Global Business Expansion Contest에서 파이널리스트로 선정되었습니다. 덕분에 미국 현지 투자자들 앞에서 IR을 진행하고, 실리콘밸리 투자자와의 미팅 및 네트워킹을 지원받으며, 미국 진출을 위한 법률/세무/인사 등 전문가 교육 등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에니아이는 알파키친 제조에 사용되는 다양한 부품 등을 CAPA를 통해 조달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CNC나 머시닝센터를 이용해 제조하는 부품들은 전부 다 CAPA를 통해 해결하고 있다고 합니다. 초기에는 CAPA 파트너 업체인 '티어원'과 거래를 많이 했고, 요즘에는 '탑이엔지'와 거래를 활발하게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국내외에서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가게 되면 제조 파트너와의 협력이 더욱 중요해질 전망입니다. 무엇보다 미국에 진출하더라도 제품 생산은 한국에서 한다는 방침입니다.
햄버거 패티 조리에 특화된 '알파키친 그릴'처럼 똑같은 형태로 계속해서 만들 수 있는 제품은 한국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배송하는 게 여러 가지 면에서 효율적이기 때문입니다. 각 주방의 상황에 맞게 커스터마이징해야 하는 '알파키친' 같은 풀자동화 기기의 경우에도 하위 모듈 단위 부품을 한국에서 생산하고 최종 조립은 미국에서 진행하는 형태로 진행한다는 계획입니다. 로봇 키친과 연계된 미국의 햄버거 시장은 연 10조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국내외 경진대회 등에서 연거푸 수상하며 발 빠르게 미국 진출을 준비 중인 에니아이. CAPA가 에니아이의 실험실을 직접 방문해 지민수 CTO와 여승균 팀장을 만났습니다. 다음은 인터뷰 일문일답.
"저희 황건필 대표가 원래 카이스트에서 스마트 팩토리에 적용할 첨단 인공지능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식당이란 것도 결국 '레시피'에 따라 음식을 생산하는 일종의 '작은 공장'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합니다. 특히 요즘엔 식당을 운영할 때 사람을 구하는 것이 가장 힘들다 보니 '구인난'이라는 식당의 페인포인트를 해결하는 데 로봇을 이용해 보기로 하고 창업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에니아이에는 황건필 대표를 포함해 공동창업자가 총 5명이나 됩니다. 모두 카이스트와 서울대학교에서 로봇, 인공지능을 전공한 엔지니어 출신으로, '주방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해 위생과 안전한 근무환경을 보장하고 인력난을 해결하겠다는 미션' 하에 뭉쳤습니다.
"레시피가 복잡한 한식의 경우엔 조리 과정을 계량화, 자동화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에 비해 햄버거는 상대적으로 조리 과정이 단순하기 때문에 이를 로봇으로 해결할 첫 번째 미션으로 삼기에 적합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햄버거를 시작으로 점차 적용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고요, 최종적인 목표는 모든 주방을 자동화하는 것입니다."
"햄버거 패티 굽는 과정을 자동화한 로봇인 '알파키친 그릴'과 소스를 정확하게 분사해주는 '알파키친 소스'가 있습니다. 두 제품 모두 AI 기술과 인지/제어 기술을 기반으로 설계됐는데요. 주문에 맞춰 음식을 자동 생산할 수 있어 주방 인력을 어느 정도 대체할 수 있습니다. 음식 생산 과정 중에 위험하고 힘든 업무를 로봇이 전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요. 단순 동작을 효율적으로 빠르게 반복할 뿐만 아니라, 지치지 않고 24시간 생산할 수 있어 매출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현재 많은 식당들이 바쁜 조리실에서 '햄버거병' 이슈를 없애기 위해 '오버쿡'을 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위생을 잡기 위해 햄버거 맛과 퀄리티를 떨어뜨리고 있는 거죠. 이런 상황에서 알파키친 그릴이 패티의 적절한 온도를 완벽하게 잡아주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맛과 위생 모두 다 잡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선 그릴 위에 놓인 패티를 로봇이 들어올리는 것이 쉽지 않고 (계속해서 조리를 하려면) 그릴 청소도 함께 해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경쟁사에서도 포기한 것으로 압니다. 저희는 '휴보(*카이스트에서 개발한 인간형 로봇)' 같은 로봇을 많이 설계해본 팀원들이 합류했기 때문에 처음부터 기존 접근방식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희가 개발한 '알파키친 그릴'의 모습이 흔히 생각하는 로봇의 형태가 아닌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기본적인 과정을 살펴보면 먼저 패티를 그릴에 올린 뒤 로봇이 한 번 눌러줍니다. 처음에 패티를 그릴에 올리는 작업은 아직 사람이 하고 있습니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패티를 뒤집고 한 번 더 눌러줍니다. 마찬가지로 일정 시간이 지나면 패티를 들어올려 이동시킨 뒤 그릴을 청소합니다.
햄버거를 만드는 음식점의 주방에서 가장 힘들고 중요한 부분이 바로 패티 굽는 과정이에요. 그렇다 보니 보통 6개월 이상 근무한 '베테랑' 직원들이 이 일을 맡게 되는데 고되고 힘들어서 도망가는 사례가 많습니다. 저희가 햄버거 로봇을 만들기로 하고 '패티'에 주목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햄버거 만드는 전 과정을 완전히 자동화하는 데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사업적으로도 무리가 따릅니다. 당장 가장 문제라고 생각되는 부분부터 해결하고자 했다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국내에는 (햄버거 조리 분야에선) 없는 것 같습니다. 해외에는 미소로보틱스와 크리에이터란 업체 2곳이 있습니다. 미소로보틱스는 B2B 전문 업체고 크리에이터는 직접 만든 로봇으로 햄버거 식당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미소로보틱스의 경우 저희처럼 패티를 굽는 로봇을 개발하다 포기하고 현재 감자튀김만 조리하고 있습니다."
"현재 다양한 가공 부품 대부분을 CAPA를 통해 조달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특히 CNC 공작기계나 머시닝센터 작업이 필요한 부품은 전부 다 CAPA를 통해 하고 있는데요. 초반에는 (CAPA 파트너 업체 중에) 티어원이라는 곳과 많이 거래했고, 최근에는 탑이앤지와 작업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저희 같은 경우 제품이 '위생'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기 때문에 공장 환경이 매우 중요한데, 실제 공장을 방문해 이런 부분들도 확인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새로 개발하는 부품의 경우에는 CAPA를 통해 계속해서 조달할 예정입니다."
"아직 의사결정 단계에 있지만 한국에서 생산해 조립한 뒤 미국으로 배송하는 것이 여러 가지 면에서 훨씬 효율적일 것 같습니다. 다만 '알파키친' 같은 풀(full)자동화 기기 같은 경우 각 매장별로 환경에 맞게 설치해야 합니다. 이런 경우엔 하위 모듈 단위는 한국에서 생산하고 최종 조립은 미국에서 진행하는 형태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로봇을 대여해주고 매달 요금을 받는 '구독형'을 기본으로, 판매도 함께 해나가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판매를 했더라도 구독형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구독과 판매를 혼합한 다양한 모델을 구상 중입니다. 다만, 판매를 하더라도 제품 A/S나 소모품 교체 같은 이슈를 어떻게 해결할지 등도 고려해야 할 부분입니다. 로봇을 이용해 매장 관리를 쉽게 할 수 있는 방안 등에 대해서도 실현 가능성 여부를 타진할 예정입니다."
"미국 햄버거 시장은 우리나라처럼 '빅3'가 시장을 독식하다시피 하는 구조가 아닙니다. 주(州)별로 다양한 브랜드들이 활약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특별히 어느 한두 곳을 타깃으로 삼기보다는 다각도로 여러 업체들과 컨택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알 만한 어지간한 미국 햄버거 프랜차이즈 업체들과는 거의 다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저희 팀 구성이 좋고, 시장이 크기 때문이라고 들었습니다. 저희 팀 구성을 보면 미래가 잘 그려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가장 큰 건 시장의 크기인 것 같습니다. 햄버거 조리 시장만 타깃으로 삼아도 미국 시장의 연간 규모가 10조 원이 넘습니다. 여기서 10%만 가져와도 1조 원이니 어마어마하게 큰 시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배구조가 바뀌는 거라고 보시면 되는데요. 미국 법인이 본사가 되고 한국 법인이 자회사가 되는 형식입니다. 즉, 본거지를 미국으로 옮겨가는 것이 아니라 마케팅이나 운영 부문은 미국으로 옮기고 개발이나 생산은 계속해서 한국에서 해나갈 계획입니다. 미국 법인으로의 전환은 올해 안에 정리될 예정입니다."
에니아이는 내년도 본격적인 미국 진출에 앞서 레스토랑계의 'CES(Consumer Electronics Show)'라고 불리는 'NRA Show'를 통해 제품을 공개할 예정입니다. 미국 레스토랑 업계를 대상으로 본격적인 데뷔 무대를 갖는 셈입니다.
로봇을 통해 레스토랑 업계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해결하고 햄버거의 본고장인 미국 진출에까지 나선 에니아이. 저희 CAPA가 최고의 제조 파트너들과 함께 에니아이가 승승장구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쭉' 함께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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