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파(CAPA) 프로젝트'는 온라인 제조 플랫폼 캐파를 통해 직접 제품을 생산한 고객들의 경험을 소개하는 콘텐츠입니다.
얼마 전 만나기로 했던 후배가 약속 시간이 임박해서야 약속을 까먹었다며 양해를 구해왔습니다. 불과 사흘 전 '까똑'을 통해 장소와 시간을 정하고 본인이 예약까지 해놓고서 말이죠. 이 후배 왈 "적어놨던 캘린더가 날아가서 오후 일정을 싹 까먹었어요. 어쩐지 너무 쌔하다 했는데..."라고 했습니다.
휴대폰에 일정을 적어놓거나 혹은 적어놓은 줄 알고 안심하다 아주 최근 일정까지 기억하지 못하는 이런 경우를 주변에서 종종 보셨을 겁니다. 요즘엔 워낙 비일비재하다 보니 이러한 현상을 일컬어 '디지털 치매'라는 말까지 생겨났습니다.
온라인 제조 플랫폼 캐파(CAPA) 고객인 서형일 생각저널 대표도 이러한 디지털 치매 때문에 중요한 가족행사를 놓치는 등 일상생활에서 애로가 많았다고 합니다. 어떻게 하면 이런 불상사(?)를 없앨 수 있을까? 결국 본인이 직접 '페인포인트(pain point)' 해결에 나섰습니다.
서형일 대표 부부는 모두 IT회사에서 소프트웨어를 다루는 일을 해온 IT 전문가들입니다. 당연히 IT 기기를 다루는 데도 능숙하겠죠. 알림 기능을 강화한다든지, 뭔가 디지털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법하지만 이들이 생각해낸 해결책은 의외로 '아날로그'에 있었습니다. 종이 달력에 약속을 적어놓는 거죠. 서 대표는 "(종이 달력을 사용하면서) 중요한 일정을 까먹지 않게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알고보니 집안에 있었다던 '파랑새' 이야기처럼, 집안에 굴러다니던 종이 달력을 통해 쉽게 페인 포인트가 해결된 셈입니다. 그런데 또 뭐가 문제였을까요?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종이 달력은 약 370년 전에 고안된 형태로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고 합니다. 서 대표는 이번엔 전통적인 종이 달력에서 페인포인트를 발견했습니다.
'달'력이란 이름처럼 기존 달력은 월 단위로 날짜가 적혀 있습니다. 이전 달이나 다음 달 일정을 확인하려면 부득이 달력을 넘겨봐야 합니다. 우리는 실생활에서 주로 주(週) 단위로 계획을 정하고 약속을 잡는데, 특히나한 달이 넘어가는 시점에는 '단절(斷切)'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또다른 페인 포인트의 등장입니다.
단절의 반대말은 연속(連續)입니다. 서 대표는 생각해 봤습니다.
'다음 달로 넘어가더라도 한 주가 그대로 이어지고, 달력을 넘겨보지 않더라도 달과 달 사이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한두 달 뒤의 일정도 한 눈에 파악할 수는 없을까?'
그래서 떠올린 것이 스크롤 방식의 달력입니다. 우리 말로 '족자형 달력'입니다. 벽에 족자를 걸어놓듯 최소 석 달치 일정을 볼 수 있는 달력을 걸어놓고, 전후 일정을 확인하고 싶을 때는 스크롤해가며 손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서 대표는 "취미 삼아 간단한 프로토타입으로 만들어 쓰기 시작했는데 굉장히 편했다"며 "다음 일정이 시원하게 잘 보였고, 달력을 돌돌 마는 재미가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모든 페인포인트가 해결된 듯했습니다. 그런데 문득 또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좋은 걸 나만 쓰려니 아쉬운데...' '다른 사람들도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지 않을까?'
남들도 쓸 수 있는 족자형(스크롤) 달력을 만들기로 마음 먹은 서형일 대표는 결국 지난 6월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습니다. '생각저널'이란 개인회사를 설립한 뒤 본격적인 제품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제품 제조 과정에서도 페인 포인트가 나타났습니다. 디자인과 기구설계까지는 지인 찬스를 이용해 겨우겨우 해결했는데, 막상 도면에 맞게끔 제조해 줄 제조업체를 찾는 일이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습니다. 일단 구글링을 통해 관련 업체들을 찾아봤습니다. 하지만 제조에 대한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어디에 맡겨야 할지, 막상 업체를 찾아내도 제대로 생산할 역량이 있는지, 또 여타 제품과 달리 공정가격이란 것이 없다 보니 '바가지를 씌우는 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떨치기가 어려웠습니다.
이러던 와중에 우연히 온라인 제조 플랫폼 캐파(CAPA)를 접하게 됐습니다. 서 대표는 "구글링했던 업체들보다 가격이 낮으면서도 (상담 경험이) 좋았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캐파에서 견적을 받은 6군데 업체 중에서 가장 믿음이 갔던 티어원을 파트너로 선택했습니다. 서 대표는 "상대적으로 가격은 조금 높았지만, 신뢰가 많이 가서 앞으로도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캐파 파트너인 티어원의 도움을 받아 처음 제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떠올린 이래 9개월에 걸친 여정이 마무리됐습니다. 족자형(스크롤) 달력은 인터넷 쇼핑몰 등을 통한 일반적인 판매방식 대신,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판매하기로 했습니다.
서 대표는 이상과 같은 스토리를 가진 족자형 달력은 이와 같은 의도를 교감하는 고객들과 좋은 관계를 맺으며 지속적인 피드백을 통해 제품을 게속 업그레이드해 나갈 생각인데, 일반 쇼핑몰에서는 이러한 마음을 전달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습니다.
서형일 대표의 마음이 더 많은 고객들에게 닿을 수 있기를 캐파(CAPA)가 응원합니다.
다음은 서형일 대표와의 일문일답.
"저와 와이프는 둘 다 소프트웨어 PM(프로젝트매니저)이에요. 저는 와이즐리라는 스타트업을 다녔고, 와이프는 카카오 모빌리티를 다니고 있어요. 직업 특성상 많은 앱을 사용하는데요, 결혼 초기엔 집안행사나 중요한 가족 일정을 달력앱으로 공유했습니다. 그런데 폰 안에 회사업무, 카톡, 이메일 등등 알림이 죄다 섞여 있다보니 산만해져서 일정을 까먹거나 일정 알림을 확인 못하는 일이 발생했던 것이죠. 폰을 켰다가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를 하는 등 샛길로 빠지는 일이 생기기도 했구요.
보완책으로 벽걸이 달력을 함께 써 보았습니다. 예를 들어 '장모님 오시는 날' 같은 일정이 잡히면 바로 달력에 적었습니다. 그리고 지나가면서 일정을 확인했습니다. 그러자 중요한 일정을 까먹지 않게 되었습니다. 폰과 달리, 벽걸이 달력은 '일정 확인' 하나의 기능만 있기 때문에 (오히려) 방해받지 않고 빠르게 일정만 체크할 수 있었던 것이죠."
"기존 달력은 월(月) 단위로 나뉘어져서 다음달이 안보이는 문제가 있었어요. 이게 굉장히 불편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업무할 때나 일상생활에서는 '주(週)' 개념을 더 많이 쓰고, 휴무일과 영업일을 중요시하죠.
예를 들어, '이번 프로젝트는 6주간 시행됩니다' '결제에는 최대 3영업일이 소요됩니다' '다음주 주말에 만나자'처럼요. 그래서 취미 삼아 집에서 스크롤 달력을 간단한 프로토타입으로 만들어 쓰기 시작했는데 굉장히 편했습니다. 다음 일정이 시원하게 잘 보였고, 달력을 돌돌 마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달력을 만들려고 시장조사를 해보니 몇 년새 시장이 반토막이 나고 각종 인쇄소가 도산했더라고요. 완벽한 사양시장이었죠. 하지만 달력에 대해 생각해보면 몇 십년간 소소한 그림의 변화 정도만 있었을 뿐, 근본적인 변화가 없었잖아요. 새로운 달력을 만들면 먼저 여전히 달력을 쓰는 사람들이 재밌어 할 것 같았고, 저희처럼 '디지털 치매' 증상이 있는 분들도 한번 써보면 도움이 될 것 같았어요.
사업을 통해고 돈을 벌고 싶다는 마음보다 '이런게 세상에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컸죠. 그래서 집에서 틈틈히 실험을 하다 지난 6월에 제가 와이즐리를 퇴사하고 본격적으로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와이프는 옆에서 틈틈이 도왔구요."
"이전까지 소프트웨어만 다뤄서 제조에 대해선 아는 게 거의 없었어요. '기구설계' '금형' '사출' 'CNC가공' 같은 용어들을 들어보기만 했을 뿐이어서 하나하나 무슨 개념인지 물어보고 배워가면서 작업을 해야 했습니다.
특히 제조는 손을 대는 곳마다 적지 않은 비용이 들고 되돌릴 수 없다는게 어려웠어요. 소프트웨어는 거의 비용 없이도 시작할 수 있고, 코딩을 잘못하면 '롤백'을 하면 되잖아요. 그런데 (제조에서는) 부품 하나만 추가하려고 해도 돈이 들고, 샘플 하나 만드는 데에도 적지 않은 돈이 들었어요. 또 양산을 하려면 일정 수량 이상을 주문해야 했죠. 무엇보다 한번 만들면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매우 신중해야 했어요.
업체를 소싱하는 것도 문제였어요. 남대문시장 같은 곳에 직접 찾아가거나, 네이버카페에 문의 글을 올려야 했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서 효율적으로 일하기가 어려웠어요. 그러던 중에 캐파가 좋은 양산업체를 찾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죠."
"저희 제품은 단순히 디자인만 하면 끝나는게 아니라, 물리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설계해야 했어요. 게다가 참고할 만한 제품도 거의 없었어요. 그러면서 양산성, 가격, 사용성, 디자인 등 모두 좋기를 바랐죠. 일단 평소 알고 지내던 디자이너 형님께 도움을 요청했고, (형님으로부터) 기구설계자를 소개받아 만들기 시작했어요.
이때부터 다양한 형태와 재료로 디자인을 실험하고 폐기하는 것이 수차례 반복되었어요. 특히 기존에 없던 제품이다보니 생산에도 어려움이 많더라고요. 예를 들어 (한 장의) 종이에 12달을 모두 인쇄하려고 보니 (길이가) 3m 정도나 됐는데, 그렇게 하려면 몇 만원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비용이 적게 드는) 종이를 이어붙이는 방안을 고안했어요. 그런 식으로 하나씩 확정해가면서 우여곡절 끝에 제품을 완성했습니다."
"초기에 간단한 시제품 작업은 3D프린터로 했어요. 고민했던 내용들이 70% 정도 진행됐다고 판단했을 때 목업(mock-up) 제작을 시작했어요. (목업만) 2번 더 만들었습니다. 재료는 ABS를 사용했죠."
"(시제품 제작을 마치고) 양산을 하기 위해 금형사출 업체를 찾아야 했어요. 처음에는 구글링으로 업체를 찾고, 이메일을 보내는 작업을 반복했죠. 수작업이라 시간도 많이 들고, (이렇게 찾은 업체들이) 가격도 너무 높게 부르더라고요.
그러던 중에 이런 과정을 한꺼번에 해결해주는 '캐파'라는 서비스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속는 셈치고 이용해보기로 했죠. 6군데에서 견적이 왔는데 구글링했던 업체들보다 견적가가 낮으면서도 (상담 경험이) 좋았어요. 모든 업체들과 직접 미팅을 한 뒤 그 중 티어원을 선택했습니다."
"티어원이라는 업체가 정직하면서도 젊게 일하는 인상을 줬어요. 게다가 국내에서 직접 생산을 한다는 점이 맘에 들어서 계약을 하게 됐습니다. 상대적으로 가격은 조금 높았지만, 신뢰가 많이 가서 앞으로도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실제로 지금까지 훌륭하게 제조해주시는 것은 물론이고 조립과 물류에 대해서도 컨설팅을 잘 해주셔서 크게 만족하고 있습니다."
"달력을 만들기까지 저희만의 스토리가 꽤 길어요. 일반 쇼핑몰에서 판매하게 되면 소비자들이 이런 사정까지 알아주기는 어려울 거예요. 게다가 달력은 시즌 상품이잖아요. 연말에 맞춰서 많은 사람들에게 잘 소개해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크라우드 펀딩이 가장 좋은 옵션이라고 생각했어요. 그 중에서도 와디즈가 핏이 제일 잘 맞아 선택했어요. 11월 24일까지 펀딩을 진행할 예정이니 많이 참여해 주세요."
"화성에 사람을 보내는 시대라지만, 저희가 관심을 가지는 것은 일상을 개선하는 거예요. 디지털은 여러 기능이 하나의 기기에 담겨 있어서 편리하지만, 우리를 산만하게 만들죠. 그에 비해 아날로그는 조금 불편하지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줘요. 저희는 이 둘의 특성이 서로를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보완하면서 공존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디지털 기기만 쓰게 되면서 외면당하는 아날로그 제품들이 많아요. 달력이 대표적인 사례고요. 노트도 그렇죠. 오래된 아날로그 제품을 지금 시대에 맞게 다시 만들어서 디지털의 좋은 동반자가 되게 하고 싶습니다.
달력 많이 사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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